여행에서 느끼는 인문학

배워야 하는 이유

by 별님 posted Apr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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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 '트로이'라는 도시가 있다.
트로이는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던 신화의 도시이다. 지금 트로이는 고대 트로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트로이 목마가 있지만,

이 목마는 관광객을 위해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터키를 가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트로이를 가지 않는 사람과 가는 사람.
트로이를 가지 않는 사람은 볼 것이 없어서,
트로이를 가는 사람은 역사의 현장을 내가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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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을 나는 그리스, 크레타섬에 갔었다.
크레타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크노소스 궁전이다. 명성만큼이나 긴 줄을 기다려 궁전에 들어갔을 때, 사실 좀 당황했었다.
다 허물어진 돌무더기, 최근에 덧그려진 그림들, 많은 관광객 그리고 그곳엔 그늘이 없었다. 나는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아 내야 했다.

혼자 간 것이라. 어디서부터 무엇을 봐야 할지 몰랐다. 다 무너져 내린 건물들 사이에서 황당한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여행 책자의 사진을 보고 방향을 잡은 뒤 궁전의 중앙 광장을 걸어갈 때였다. 갑자기 주변이 깜깜해지고, 내 옆으로 무너진 돌무더기들이 건물이 되고 나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재빨리 뛰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1초보다 더 짧은 꿈을 꾼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사랑하는 테세우스를 만나러 뛰어가는 아리아드네가 되었던 것이다. 잠시 잊고 있던 아리아드네가 생각났다. 그리고 전율을 느꼈다.
'아 이곳이 그곳이구나.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던 곳이구나!'


 크노소스 궁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궁전이다. 우리에게는 미궁(迷宮) 라비린토스로 알려져 있다. 크노소스 궁전은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미로였다. 반인반수 미노타우로스를 가두려고 미노스 왕이 다이달로스에게 건축을 명했다. 미노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며 그리스 해상권을 장악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미노스 왕은 아테네에 명령하여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매해 조공으로 받았다. 크레타로 끌려온 아테네의 젊은이들은 미노타우로스의 먹이가 되었다.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기 위해 조공으로 크레타에 왔다.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 공주는 테세우스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의 먹이가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미궁을 건축한 다이달로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다이달로스의 충고에 따라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실을 전했다. 실을 풀면서 미궁으로 들어간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아테네의 젊은이들과 무사히 미궁을 빠져나왔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아무리 훌륭한 유적지라도 그 의미를 모른다면 나에게 의미 없다. 아무리 볼 것 없는 도시라도 그 역사를 알면 그곳은 나에게는 다른 의미이다.


그래서 말이다. 알고 살아가는 것과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 지금 나는 알고 살아가는가? 아니 나는 모른다.

그러므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신화와 전설을 알아야 한다. 미래로 나아가는 공학을 알아야 한다.

인생도 여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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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아 2019.04.03 10:25
    제 페북으로 퍼 갑니다. ~*

    모르는 이에겐 그저 돌덩어리지만, 아는 이에겐 정말이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 ?
    7기_김혜은 2019.04.03 10:40
    선배님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들어와서 읽었는데, 1초라는 단어가 보이는 순간..
    소름과 전율이.. 작지만 너무나 큰 감동이 밀려옵니다..

    제가 읽은 몇권 안되는 고전 중에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은 것이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저도 터키에 그리스에 꼭 가보고 싶네요. 그때는 그리스로마신화와 함께 지금의 감동을 주신 선배님도 생각이 날 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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