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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스며드는 어떤 것... 논어(論語)

by 7기_김혜은 posted Oct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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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1.jpg

 

 

현대인에게 스며드는 어떤 것... 논어(論語)

 

 

 

1. 첫 논어(論語) 이야기


  간장게장 좋아하세요? [논어는 처음이지?] 책을 펼쳐들고 첫 장을 읽는 순간 떠오른 문장이다. 안도현의 [스며드는 것]이란 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안도현의 [스며드는 것]이란 시는 살아있는 게에게 간장을 부어 삭히고, 간장게장을 만드는 과정을 게의 시선으로 쓴 시이다.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이 시를 읽고 한동안 간장게장을 쳐다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읽는 순간 손에 땀이 쥐어졌고,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나에게 첫 논어인 [논어는 처음이지?]의 들어가는 말에 쓰인 첫 문단, ‘이제 자야할 시간. <논어>를 펼쳐듭니다’ 라는 부분을 읽는 순간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이 구절이 오버랩 되면서 이 시가 떠올랐다. 아마도 논어는 생을 살면서 숨 막히는 먹먹한 순간에 만나는 친구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게를 알고, 간장게장을 알지만,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시선을 발견하여 신선한 시각으로 시를 써내려갔던 작가처럼, 논어 역시 나에게 이런 신선한 시선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인문학을 공부해보겠다고 스스로 구색만 갖추어 놓고 읽지 않은 논어(論語), 맹자(孟子), 명심보감(明心寶鑑), 심지어 시경(詩經), 대학(大學), 중용(中庸)까지 모두 실패하고 들어온 대학원이었다. 그렇게 다시 도전하는 논어여서 더욱이 나의 체력적인 한계, 삶의 다양한 스트레스, 바닥까지 떨어진 나의 자존감을 회복하여 이제 겨우 나를 알아가고 사랑해 가고 있는 이 시점에 논어는 나를 더 다독여 주고 경청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한 줄의 글“선비가 도에 뜻을 두고 있으면서 해진 옷과 거친 음식을 부끄럽게 여긴다면 더 이야기 할 것이 없다”_<이인>편 9절. 그렇게 나는 나를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한 줄의 문장이 오늘 하루를 바꾸어 놓기도 하고, 한 권의 책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그렇게 부끄러움에서 시작한 논어를 이야기 하고 싶다.

 

 


2. 불혹(不惑)의 흔들림

 


  子曰“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때에 맞게 익히면 기쁘지 않은가? 친구가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않은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으면 그야말로 군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송나라 주희(朱熹)는 [논어집주]에서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그야말로 군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라고 해석했다. 다행히(?) 나는 그 맥락이 이해가 되었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고 인정해주지 않을 때 화가 났던 경험들 때문이다. 인생을 열심히 사는 건 나 스스로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때론 이웃을 위해서가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를 보여주고 싶고, 열심히 사는 게 당신들 때문이야 라고 사회를 향해 외친다면 내용은 달라진다. ‘억울함’모드로 변모하여 내가 열심히 사는 이유가 조건이 되고, 주객이 바뀌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논어는 종교가 아니기에 강력한 끌어당김 보다 더 담백하게 말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하루하루 살아있음에 크게 감사하고 깨닫게 된 계기로 인해 그리고 이제 [논어는 처음이지?]를 만나게 되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라는 문장이 조금은 편해졌고, 더 이상 나는 성내지 않으면 이라고 해석할 필요가 없어졌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으면 그야말로 군자라고 할 수 있다고.

 

 

 

  子曰“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뜻을 세웠다. 마흔 살에는 흔들리지 않게 됐고, 쉰 살에는 천명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예순 살에는 누가 뭐라 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고, 일흔 살이 되니 내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를 벗어나지 않게 되었다.”

 

예전부터 불혹이라는 이칭(異稱)을 가진 40대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열다섯과 서른 살은 스스로 뜻을 펼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지만, 40대는 세상 어떤 풍파나 유혹,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흔들림 없는, 나와 타인과 세상과의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40대에도 초등학생처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챙겨줬으면 하는 어린 마음이 생길 때가 있고, 70대 노인에게는 한참이나 어려보이지만, 성숙하고 멋진 어른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그리고 저녁이면 오늘 하루 동안 겪은 무수한 흔들림에 대해 고민을 한다. 언제쯤 흔들림은 고요한 평온으로 다가올까. 50대, 60대, 70대의 생을 기대해본다.


현대 사회에 평균수명이 길어졌는데, 공자님께서도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일흔 살이 아니라 여든, 아흔, 백 살까지의 이칭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든, 아흔, 백 살의 이칭은 7편 술이(述而)에 나오는 요요여야(夭夭如也)에서 찾고 싶다. 요요여야(夭夭如也)는 온화하고 여유로운 모습, 꽃이 핀 듯 아름다웠다는 뜻이다. 공자님 백 살의 이칭으로 요요여야(夭夭如也)는 어떠세요?

 

 


3. 현대인에게 스며드는 어떤 것.. 논어

 


  공자는 아들 백어에게 딱 두 마디를 했다고 한다. ‘시를 읽고, 예를 배워라’ 아들에게 남긴 유일한 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하루에 2만단어가 넘는 말을 쏟아내면서 산다. 회사에서 상사와 나눈 대화일 수도 있고, 집에서 가족과 나눈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좋은 칭찬과, 누군가에게는 비판인 담긴 말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논어는 들음이고, 경청이 아닐까. 많은 말을 쏟아내기 이전에 논어를 통해 듣고 경청하는 자세를 갖추고 싶다.
 

작년에 지하철에서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했던 적이 있는데, 그 어르신께서 고맙다고 내 가방을 들어주시겠다고 해서 맡겼다. 무척 오랜만에 느끼는 향수였다. 어렸을 때, 학창 시절만 해도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있는 사람의 가방을 들어주는 일이 흔한 일상이었는데, 문득 가방을 들어준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구나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논어를 읽는다고 논어대로 실천하고 생각하는 삶은 어쩌면 불가능 할지 모른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어떤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양보하고 미소 지었으면 좋겠고, 내 일상에 내 것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안에 이면적인 모습이나 더 깊숙한 곳에 내가 반성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어야 할 것은 없는지 문득 생각해보고 싶다.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의 울림처럼, 논어도 현대인의 각자의 삶속에 스며드는 어떤 것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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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자 2019.10.20 12:43
    백 살의 이칭으로 요요여야(夭夭如也)를 공자님이 찬성하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찬성입니다!^^
    차분하게 잘 써내려간 좋은 글! 감동적이었습니다.
  • ?
    7기_김혜은 2019.10.20 23:54
    선배님 좋은 글 보내주시고, 졸업하시고 더 열심히 수학하고 계시는 거 같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언제든지 좋은 글, 귀한 조언 감사히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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